새알심 넣어 동지 팥죽 끓이기

동지 팥죽 끓이기

feat. 찹쌀 새알심



동지 단팥죽



내일은 12월 22일
24절기 중 하나인 동지에 해당하는 날이다.
1년 중 밤이 제일 긴 날.

한국에선 동지에
귀신을 쫓을 수 있도록 팥 음식을 해서 먹는다.
팥 음식으로는 팥떡, 팥죽, 팥밥이 있는데

주로 팥죽을 먹는 것 같다.



사실, 집에 로은이 이유식을 만드느라 썼던
죽 제조기인 영양왕이 있다.

작년에는 영양왕으로 팥죽을 쉽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바람이 들어선지
영양왕 말고 직접 팥죽을 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전!

찹쌀을 넣어서 같이 끓일 수도 있는데
나는 팥죽이나 호박죽에 밥 알갱이가 씹히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찹쌀로 새알심만 만들어 끓였다.



팥죽 재료 : 붉은 팥 300g + 소금 약간, 꿀
찹쌀 새알심 재료 : 찹쌀 368g, 소금 약간, 뜨거운 물




동지 단팥죽


우선 집에 있는 팥을 300g 썼다.
300g으로 팥죽을 끓이면 면기에 가득 담았을 때 2공기 정도 나온다.

바락 바락 씻었다.
둥둥 뜨는 것 중에 쭉정이 같이 생긴 것들은 골라냈다.




동지 단팥죽


냄비에 물을 받아 30분을 먼저 끓였다.

팥은 첫물이 쓰기 때문에 30분 끓여서 나온 첫 물은 버렸다.


집에 압력밥솥이 있다면 압력밥솥으로 하는 걸 추천한다.
훨씬 더 빠르게 할 수 있었을텐데..
괜히 냄비에 끓이고 싶어서 시간만 잔뜩 들었다.






동지 단팥죽



중간 중간 물을 더 부어줘가며 총 30분간 끓였다.
그렇게 나온 첫 물은 버렸다.





동지 단팥죽



다시 새 마음으로 냄비에 물을 받고 끓이기 시작했다.
이때라도 나는 압력밥솥에 했어야 했다.

압력밥솥에 20분이면 될 일을 나는 1시간을 들여서 끓였다.





동지 단팥죽



팥이 다 익으면 위의 사진처럼
이렇게 알알이 터진다. 국물도 뽀얗게 된다.

팥 끓이는 동안 새알심을 만들면 된다.




동지 단팥죽



고운 체망에 걸러줘야 하는데
알갱이 그대로 더 끓여서 어느 세월에 체망에 거르겠나 싶어서
급 노선을 변경했다.
체망에 걸러질 정도로 끓여지진 않았지만
블렌더로 그냥 붕붕 갈아버렸다.





동지 단팥죽



그리곤 이렇게 고운 체망에 걸렀다.
손이 아파 중간 중간 오른손 왼손 바꿔가며 숟가락으로 걸렀고,
뜨거운 물도 부어가면서 계속 걸러냈다.
30분 넘게 이 짓(?)을 하고 있으려니
불현듯 현타가 왔다.


난 누구? 여긴 어디?





동지 단팥죽


 이렇게 계속 걸러냈다.
하면서 한 손으로 웹툰도 보기도 하고
도대체 왜 나는 바쁜 시간을 짬을 내어
이러고 있는지 잠시 고찰도 해가면서
하다보니 남은 부분이 좀 거칠어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더 하려면 더 할 수 있었는데
출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냥 나머지는 버렸다.




동지 단팥죽



체망에서 걸러져 나온 팥물과 팥이다.

이 상태에서 물을 더 붓고 찹쌀을 넣고 끓여도 되고 
나처럼 찹쌀이 싫으면 그냥 새알심만 넣어도 된다.

이렇게 간을 전혀 해놓지 않고서
먹을 사람이 각자 알아서
소금만 치든, 
나처럼 소금 약간과 꿀 1숟가락 넣어 단팥죽으로 먹든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동지 단팥죽




새알심을 만들어 볼 차례다.
어떤 특정 레시피로 인해 368g을 한 것이 아니다.

그냥 냉동실에 로은이 초기 이유식 때 사놓았던
찹쌀가루가 있었는데 
얼마 안남았길래 탈탈 털은 것이었다.

이걸로 반죽해서 대략 손가락 1마디 만한 크기의 새알심을 만들면
새알심 100개정도 나온다.







동지 단팥죽



소금도 티스푼으로 한숟가락이 좀 안되게 넣었다.




동지 단팥죽



찹쌀은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해줘야 한다.
물을 처음에 너무 많이 부으면 안되고
조금씩 조금씩 부어가면서 반죽을 해주면 된다.

난 전기주전자에 물을 끓여서
조금씩 부어가면서
처음엔 (뜨거우니까) 숟가락으로 
찹쌀가루들이 서로 살짝 살짝 엉겨붙을 정도로
가루가 안날릴 때까지만 대충 섞어줬다.



동지 단팥죽



이렇게 숟가락으로 한 뒤엔
이정도부터는 손으로 반죽해줘야 한다.

반죽이란 눈으로 보는 것과 달라서
겉으로는 이 정도로 수분이 부족하겠다 싶다가도
직접 반죽을 치대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질어서 결국 찹쌀가루를 더 추가하게 될 수도 있다.


동지 단팥죽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반죽을 계속 치대주면
마냥 하얀 색에서
약간 살짝 투명도가 생긴 것처럼 하얀 반죽이 된다.
그리고 더이상 손에 묻지 않게 되면 다 된 것이다.

368g의 찹쌀가루를 반죽했더니
내 주먹보다 조금 큰 덩어리가 나왔다.



동지 단팥죽


반죽이 마를 수 있으니
얼른 얼른 떼어서 손으로 동글동글 굴려 빚어주면 된다.
이때부턴 출근시간이 임박해지는 바람에
결국 사막여우에게 SOS를 쳤다.

나는 반죽을 떼고,
사막여우는 굴리고.

97개 나왔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새알심은
펄펄 끓는 물에 넣어서 동동 뜨면
건져내어 팥죽에 넣어 먹어도 되고,
미역국에 넣어 먹어도 되고,
카스테라를 갈아놓은 가루 위에 굴려
경단을 만들어 먹어도 된다.


나는 너무 바빴기에
만들어 놓은 새알심 중 절반을 그냥 팥죽에 바로 넣어버렸다.

나머지 반은 내일 쓸 예정이다.
내일 엄마에게 가져갈 팥죽을 한 번 더 끓일 건데
(그땐 영양왕으로 해야지)

거기에 넣을 생각이다.



동지 단팥죽


아까 팥죽 걸러놓은 것에
물을 좀 더 붓고 휘휘 저어준 다음에
팔팔 끓기 시작하면
원하는 만큼의 새알심을 넣어
보글보글 끓여주면 된다.

생각보다 빨리 익는다. 

마녀가 마법의 약을 끓이는 기분으로다가
살살 잘 저어주면 완성.




동지 단팥죽



이렇게 두 그릇 완성해서
한 그릇은 위층의 시부모님께 갖다 드렸고,
한 그릇은 뜨거울 때 먹어보자며
사막여우와 내가 조금씩 덜어서
소금 넣고 꿀 넣어 단팥죽으로 먹었다.


사실 팥죽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내가 먹으면서도 팥껍질이 입에 거슬리지도 않고 달콤, 고소해서
'오~ 맛있다 맛있다'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다음부턴 꼭 영양왕으로 해야겠다.
새알심도, 
애들이랑 같이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떡집에서 5,000원 주고 한 팩 사다가 쓰는 게 더 이득일 것 같다.


여튼 장장 3시간이 걸린 팥죽 완성!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