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부터 써오던 루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고장났다.아파트에 살았을 때도 굉장히 유용했었던 아이템이었다. 신혼이라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나오질 않았었고 매일 조금씩 갖다 버리기엔 공동 음식물 쓰레기통이 벌레도 많아 싫었다. 그러던 중 그당시 8~9만원 돈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를 샀었다. 루펜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건조 방식이다. 마치 드라이기를 약하게 튼 것 같았다. 개수대의 수채구멍에 쌓인 쓰레기를 한 번 부으면 건조시키는데 하루 정도 걸린 것 같다. 자동 센서도 있어서 다 건조되면 알아서 꺼졌다. 건조된 쓰레기는 한꺼번에 모아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기 좋았다.
주택으로 이사 온 뒤에도 유용했다. 이사올 때 여러 방식을 고려했었다. 미생물처리기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미생물도 잘 관리줘야했다. 싱크대 설치용 분쇄기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아직까지 하수도가 그런 시스템에 맞지 않다는 글을 읽었다. 결국 계속 써오던 방식을 써야만 했다. 초록색 음식물 쓰레기통에 가득 채우려면 꽤 오래 걸렸다. 그래도 깔끔하고 고양이가 건드리거나 벌레가 꼬이지 않아 좋았다.
교체하게 된 계기
발단은 몇 해 전 여름휴가 때였다. 휴가 전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베란다로 갔다. 터닝 도어를 활짝 열다 그만 세탁기 수도꼭지를 쳤는데 수도꼭지가 미세하게 금이 간 모양이었다. 그 틈으로 몇 시간을 물이 새어 나왔고 집이 정전이 되어 알아차렸다. 그 덕(?)에 세탁기도 침수로 고장났다. 수습은 했지만 루펜이 꺼진 걸 몰랐던 거다. 그러곤 여행을 다녀왔더니 그 사이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었다. 베란다는 날파리로 숨을 쉴 수 없었고 루펜은 구더기로 뒤덮여있었다.
에프킬러를 퍼붓다시피 썼다. 물 청소도 어마어마하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 중 루펜이 고장났다. 모터가 갈리는 소리가 났다. A/S 센터에 전화하니 수리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 새로 사자니 그 사이 올라 15만원이 넘었다. 차일 피일 미루며 그렇게 고장난 채로 몇 년을 썼다.
LF-03Q 구매 및 이전 제품과 비교
자주 들어가는 네이버 지역 카페가 있다. 거기에 LF-03Q 모델 미개봉 상품이 중고로 올라왔다. 이제는 단종된 모델이었다. 가정용이지만 대용량 모델이다. 기존에 쓰던 것과는 달리 필터가 필요하지 않다. 평균 소비전력은 450W이다. 최대 소비전력은 680W이다. 2kg까지 들어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던 것 같다. 기존에 쓰던 모델은 최소 50W 최대 130W이다. 하지만 기존 모델은 한 번 돌리면 양에 따라 달라도 하루 꼬박 돌리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모델은 전력 소비가 큰 만큼 시간이 적게 걸린다. 보통 1시간 30분쯤이면 다 마르다 못해 태우는 것 같다. 뚜껑 부분이 발열체이다. 바구니의 막대(?)가 돌아가면서 음식물을 섞는다. 그 과정 중에 바스러지기도 한다.
너무 뜨거워지기 때문에 중간에 더 넣을 순 없다. 정지 버튼이 있지만 써본 적이 없다. 근데 보통 집에서 쓰던 패턴대로면 상관이 없었다. 나가기 전에 넣고 돌리고 나가버리니까. 다 돌아가면 알아서 아예 꺼진다. 작동도 굉장히 간단하다.
기존 루펜은 베란다에 두고 썼다. 기존 모델보다 세로로 두 배 사이즈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게는 훨씬 무겁다. 12kg이라고 적혀있다. 김치 냉장고와 가스 오븐 사이에 두었다. 집 안에 둔 거라 소음과 냄새가 신경 쓰일 것 같았다. 한 번 써보고 정 안되겠으면 베란다로 옮기려 했다. 하지만 한 달 째 그냥 쓰고 있다. 어차피 돌리고 나가버리니까 소음도, 냄새도 맡을 일이 없다. 소음은 꽤 있다. 베란다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 같은 느낌이다. 처음엔 냄새가 조금 날 순 있지만 다 돌아간 뒤에 집에 들어왔을 땐 냄새가 전혀 안났다. 그래도 혹시 몰라 부엌 창을 조금 열어 놓고 가긴 한다. 어차피 환기도 시킬 겸.
빨리 돌아가고 아예 꺼져버리니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좋다. 양에 따라 몇 번이나 더 돌릴 수도 있고. 필터 교체도 할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기존 루펜은 숯 필터를 썼었다. 쇼핑몰에 보니 필터가 여전히 같은 것 같다. 근데 이 필터가, 고기를 버리면 바로 수명을 다 해버렸다. 야채 쓰레기만 버리면 6개월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불고기 먹고 남은 것, 생선 먹고 남은 것 버리는 순간 필터는 수명이 반감기를 가진 것마냥 줄어든다. 그러면 돌릴 때마다 베란다에 냄새가 한가득이었다. 이젠 그럴 일이 없어서 좋다.
이 모델(LF-03Q)은 루펜이 유럽에서 환경상을 수상한 것이었다. 짐작컨데 루펜이 사업 초기에 타이틀에 걸만한 걸로 만들려고 했고 목적 달성 후엔 단종시킨 게 아닌가 싶다. 초기 구매 비용이 50만원 정도였던 모델이지만 필터 소모가 없어 반영구 사용이기에 회사 입장에선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 모델이 수명을 다하게 되었을 때 쯤엔 싱크대 밑에 손쉽게 설치해서 걱정없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