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를 읽고


 오랫동안 읽고 싶었던 책 중 한 권이었던 <와일드>를 드디어 읽었다. 

사실 이 책이 무슨 책인지도 몰랐다. 영화화 되었다는 것도 방금 업로드할 사진을 찾아보다 알았다  

 다만 내 자신에게 솔직해지자면, 
몇 해 전, 어렸을 적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들었던 제목이어서였다. 

한 친구는 대기업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는 친구였고
또 다른 한 친구는 들으면 거의 모두가 아는 대학의 대학원을 다니는 친구였다. 아무래도 서울, 경기에 사는 둘이 울산 사는 나보다 더 자주 만날 기회가 있었기에 둘이 잠깐 인사차 꺼낸 얘기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나는 무엇 때문인지 모를 소외감을 느꼈다. 

어쨌든, 드디어 그 책을 읽었다. 
여러 이유로 바빠서 잊고 있다가 문득 도서관을 가고 싶어서 갔는데 생각이 나서 빌려왔다. 

저자인 셰릴은 자신의 세상이자 우주와도 같았던 엄마를 잃고 극심한 방황을 한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PCT 여행에 대해 알게 되었고, 자신의 삶에 답을 찾아보고자 자신도 그 여행을 시작한다. 

PCT란, The Pacific Crest Trail의 약자로, 멕시코 국경이 있는 샌디에이고와 팜스프링스 사이의 산맥을 따라 시에라 네바다와 오리건주를 지나 캐나다에 이르는 도보여행 길을 일컫는다. 저자는 이 중 모하비사막에서 시작하여 신들의 다리가 있는 캐스케이드 록스까지 4285km를 걸었다. 

우리나라 올레길처럼 잘 다듬어진 길이 아니다. 때론 곰과 긴뿔사슴, 여우도 마주치고 방울뱀은 숱하게 맞닥뜨리며 하이에나의 소리를 들으며 자는 일은 일상이다. 

대략 3개월여의 기간동안 땀이 줄줄 흐르며 30도를 훨씬 넘는 기온에서 걷기도 하고, 영하 10도 이하에 폭설도 겪으며 걷는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2008년 6월에 했던 나의 여행이 생각났다. 
난 위에서 언급한 대기업 다니는 친구와, 또 그 친구의 친구와 함께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하여 해남 땅끝마을까지 배낭을 매고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다. 

물론 셰릴의 어마어마한, 마치 미친짓과도 같은 여행에 비할바가 못되지만 당시 12-13키로 정도의 배낭을 매고, 매일 25-30킬로미터를 걸었던 우리의 여행 역시 나에겐 다시 할 수도 없을 내 인생의 객기라면 객기 중 한 여행이 되었다. 그땐 1세대 아이팟이 나오기도 전이었다. 우린 종이지도에 의존해 길을 걷는 게 최선이었다.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놀라운 건지.. 이젠 너무 옛날 얘기인  듯한 느낌이다. 


또다시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나도 안나푸르나를 트래킹하고 싶고,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남편과 함께여도 좋고 아이들도 함께면 더더욱 좋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엄마를 잃게 되면 얼마나 무너질 것인가 생각하게 했지만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 역시 두 아이에겐 엄마이기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게 될지 생각하게 되었다. 

난 내 아이들이 셰릴처럼, 나를 잃었다고 망가진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 물론 셰릴처럼 역경과 고난의 도보여행을 하기도 원치 않는다. 도보여행도 하고, 여러 도전과 모험을 하길 원하지만 와이들 책에 나온 정도는 결코 아니다. 


난 내 아이들이 멋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멋진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도 여행해보고 꼭 오지여행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엄청 발전된 곳도 여행하고, 다양한 모험들도 즐기고, 마찬가지로 좋은 리조트에서 휴양도 즐기고 자신이 행복해하는 일을 하며 삶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으로 살아갔으면 한다. 

얼마 전, 잘 아는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에게 엄마는 우주라고. 

난 내 아이들에게 어떤 우주가 될 것인가. 


내 엄마가 나에게 해준 만큼의 우주는 결코 될 수 없겠지만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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