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허그 / Free hug

 


간밤에 남편과 이것 저것 한참을 얘기하다가

옛날에 했던 프리허그 얘기가 나왔다.

사진을 한참 찾아봤지만 없네… 분명 어딘가 있을텐데
그래서 그때쯤 아마도 같은 의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진 한 장을 복구한 싸이월드에서 스샷 찍어왔다. 

2007년 12월 31일
부산 서면 : 아마 4시 30분쯤~9시
남포동 제야의 종 행사하던 곳(아마도 용두산 공원) : ~자정

이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프리허그란 걸 해보았다. 
어쩌다 인터넷으로 보았던 것이었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문득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프리허그코리아 단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마침 12월 31일에 부산 서면에서 할 예정 및
참여자 모집을 알게 되어서
신청하고 참여했었다. 

나를 포함한 4명 정도가 각각 어떤 지점마다 흩어져서 했었다. 
그렇게 그 날 나와 안았던 수많은 사람 중엔
교복 입은 고등학생 대여섯 명도 있었고
외국인도 있었고
경찰도 있었고
어린 자녀와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도 있었고
예쁜 내 또래 여자들과,
여사님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듯한 어머님뻘도 있었다. 
나와 기념 사진을 찍고 간 분들도 있었다. 
나와 프리허그 후 한 두 시간 후 다시 와서 안고 간 사람도 있었다. 

빈 손에 피켓 한 장 들고 시작했던 프리허그는
나중엔 넣을 주머니가 없어서 근처 계단에 모아두고
때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줄 정도로
많은 따뜻한 캔커피와 핫팩
심지어 아이가 주고 간 헬륨 가스 든 풍선도 있었다. 

풍성해진 주머니 보다도 더 따뜻하게 넘쳤던 건
다름아닌 내 피폐해진 마음이었다. 

이제는 내 아이, 내 남편을 매일 매일 안아주고 살고 있지만
그때 채워졌던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단 걸
아주 많이 느낀다. 

어제 남편과 얘기할 때 프리허그에 대해 얘기가 나왔고
난 그때의 경험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었다. 

“나 혼자서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내가 세상에 손을 뻗은 거였어.” 

난 얘기 중 그냥 그때 일을 있는 그대로 얘기했을 뿐이었는데 남편이 사람과의 스킨십 자체에 극도로 예민하고 꺼려하는 내가 프리허그를 했었다는 말을 예전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위의 저 말에 완벽히 이해했다고 했다. 

마치 겨울왕국1의 꽁꽁 얼었던 안나를
엘사의 따뜻한 마음으로 녹일 수 있었듯

지금 생각해도 참 따뜻했던 기억이고
그때 그렇게 날 따뜻하게 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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