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한 잔 생각나는 밤


술이 한 잔 생각나는 밤
 
무슨 말을 써야 할까. 그냥 한 번 주저리 주저리 써보자. 나중에 이불킥 하려나. 나중에 비공개로 돌리려나. 요 몇 년은, 아니 내 삶 전체가 다 말만 앞서고 실천이, 실현이 안되었던 것 같다. 항상 말한 것의 반대로만 흘러갔다. 가장 최근의 일로는.. 코로나이다. 확진자 수는 줄고 있고 퇴원 수는 늘어나고 있으니 곧 끝날 거라고 했다. 그랬더니 웬걸, 하루에 수 백명씩 늘어나고 있다.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이 날 이때껏 할 수 있는 거라곤 영어 가르치는 것 밖에 없어서, 학원을 하고 있다. 1인 체제 학원을 운영하면서 정말 미치도록 아파도 수업을 쉴 수 없었고, 내 아이 보는 시간보다 학원 아이들 보는 시간이 더 길었다. 수입이 괜찮을 때도 이상하게 수중에 남는 건 없었고, 남편과 내가 차라리 각자 다른 학원에서 버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은 지금도 당연하지만 수중에 남는 건 없다.
 

그래도 아이들 클 때까지만이라도 어떻게든 버텨볼까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2주째 학원 휴원 중이다. 2주 추가로 더 쉬란다. 말이 좋아 권고지 사실상 할 수 밖에 없는 위치 아닌가. 원비는 당연히 수업이 없으니 미루는 것이고, 휴원을 하고 있으니 수입은 없다. 숨만 쉬고 살아도 나가는 돈이 수 백이다. 은행과, 보험사 그리고 각종 공과금들은 내 사정을 생각해주지 않을테니. 깝깝하다는 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게다.
 

누구 노래였더라..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하던 노래.
 

누굴 탓하리. 능력이 이것 밖에 안되는 내 자신을 탓해야지.
 

작년 마지막 날에, 나만의 송구영신을 하며 다짐했었다. 2020년엔 말을 좀 아끼자고. 말을 좀 덜해보자고. 직업상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좀 그래보자고. 그랬더니 웬걸, 올해는 말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세 치 혀가 화를 부른다. 이것도 누굴 탓하리. 내 탓이지.
 

부지런히 사는 것 같으면서도 지독히도 게으른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내 삶에 여유란 없는데, 또 어찌보면 열심히라는 걸 해본 적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난다. This shall pass away. 이것 또한 지나가리. 지나고 나면 이때를 추억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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